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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리뷰/🇰🇷 국내 영화

영화 〈소주전쟁〉(2025)줄거리·인물·실화 분석 – 자본의 파도 속, 지역 소주의 이름을 지키려 했던 사람들

by 헬로우 주린2021 2025. 6. 13.

 

The Sheriff In Town (2017) Official Movie Poster
영화 〈보안관〉(2017) 포스터

 

2025년, 한국은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며 소상공인과 지역 경제가 큰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지역 소주 브랜드는 점점 자취를 감추고, 대기업과 외국계 자본이 유통망을 장악하면서 “우리 술의 정체성”마저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바로 이 시점에 개봉한 영화 〈소주전쟁〉(Big Deal)은 단순한 기업 드라마가 아닙니다. 이 영화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 사이, 진로라는 국내 최대 소주 회사가 몰락하며 벌어진 실제 M&A 전쟁과 전국 소주 산업 재편의 과정을 모티브로 삼았습니다. 진로는 전국을 석권했던 대기업이었지만, 무리한 유통 확장과 부채 문제로 인해 몰락했고, 그 여파로 수많은 지역 소주 회사가 흡수되거나 문을 닫았습니다. 〈소주전쟁〉은 바로 이 격동의 시대를 배경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브랜드는 누구의 것인가?”, “자본이 공동체의 기억을 지킬 수 있는가?” 이 영화는 단순히 시장 점유율을 다투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라지지 않기 위한 사람들의 싸움, 그리고 지역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저항을 담은 기록입니다.

🎬 영화 줄거리

1990년대 후반, 한국은 IMF 경제위기를 겪으며 많은 기업이 무너지고, 지역의 전통 산업도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영화 〈소주전쟁〉은 이런 배경 속에서 한 지역 소주회사 ‘국보소주’가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치열한 생존 싸움을 그립니다.

 

국보소주의 재무이사 표종록(유해진)은 회사 장부를 바라보며 무거운 현실을 마주합니다. 지방 소주 브랜드는 대기업 소주에 밀려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지만, 표 이사는 외부 자본에 회사를 넘기지 않고 끝까지 버티겠다고 결심합니다.

“우리는 술을 파는 게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병을 파는 거예요”라는 그의 대사는 영화 전체를 관통합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글로벌 투자사 ‘솔퀸’의 인수 전문가 최인범(이제훈)입니다. 그는 국보소주를 인수해 전국 유통망에 올리고, 브랜드를 재정비해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그의 시선에는 지역사회나 사람보다 ‘숫자’와 ‘성과’만이 존재합니다. 한편, 회사의 법률 자문을 맡은 변호사 구영모(최영준)는 처음에는 중립적 입장이지만, 회사가 흔들리고 사람들의 절박한 마음을 보며 점차 내부적으로 표종록의 편에 서게 됩니다. 그리고 배후에는 부패한 그룹 회장 석진우(손현주)가 존재합니다. 그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회사를 팔아넘기려 하고, 이사회에 압박을 가하며 긴장을 고조시킵니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지역 주민들과의 직접 유통, SNS 캠페인, 동네 식당 시음회 등 국보소주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펼치는 작지만 진심 어린 시도들입니다. 마지막 이사회 장면에서는 자본과 양심이 정면으로 부딪히고, 표종록은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으며 회사를 지켜냅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조용합니다. 퇴직한 직원들과 함께 낡은 창고를 청소하던 표종록은 묵묵히 말합니다.

“우린 이긴 게 아니야. 그냥 사라지지 않았을 뿐이지.” 이 영화는 결국 ‘이기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사라지지 않기 위한 선택의 이야기입니다.

 

👤 등장인물 해설

  • 표종록 (유해진) – 국보소주의 재무이사이자 영화의 중심인물입니다. 위기의 순간에도 회사를 지키려는 의지를 잃지 않는 인물로, 지역 브랜드와 직원들을 살리기 위해 금융과 자본의 논리에 맞섭니다. 유해진 특유의 인간미와 설득력 있는 연기가 인물의 고뇌를 실감 나게 전달합니다.
  • 최인범 (이제훈) – 글로벌 사모펀드 ‘솔퀸’의 인수합병 전문가로 등장합니다. 도입부에서는 냉철한 수익 중심의 투자자처럼 보이지만, 점차 종록과의 대립과 협업 속에서 내면의 혼란과 책임 의식을 보여줍니다. 이제훈의 절제된 감정 연기가 캐릭터의 성장과 변화를 돋보이게 합니다.
  • 석진우 (손현주) – 국보그룹 회장으로, 책임 회피와 사익 추구의 전형적인 인물입니다. 종록에게 위기를 떠넘기며 회사의 영혼을 자본에 내맡기려는 냉정한 현실주의자입니다. 손현주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가 기업 내 권력 구조의 현실을 묘사합니다.
  • 구영모 (최영준) – 국보소주의 법무팀장으로, 종록의 오랜 동료입니다. 회사를 지키려는 마음은 같지만 법적으로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히며 갈등과 타협을 반복합니다. 안정감 있는 연기로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줍니다.
  • 고든 (바이런 만) – 솔퀸 홍콩지사에서 파견된 외국인 임원으로, 문화적 충돌과 자본 논리를 대변하는 인물입니다.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글로벌 자본의 시선에서 지역 브랜드를 어떻게 보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존재입니다.

🌍 국내외 반응 및 평가

2025년 5월 개봉한 〈소주전쟁〉은 관객과 평론가 모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유해진과 이제훈의 세대·가치관 충돌은 폭넓은 공감을 얻었고, 손현주의 냉혹한 악역 연기는 많은 관객에게 “실제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인물”이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독립·중형 예산 영화임에도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으며, 예술극장과 지역 소극장 중심으로 장기 상영 요청이 이어졌습니다.

국내 주요 평론지들은 작품의 균형감과 현실성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씨네 21〉은 “사람과 이익 사이에서 흔들리는 감정을 밀도 높게 그려냈다”라고 평했고, 〈한겨레〉는 “확장에만 몰두한 한국 자본주의가 지역을 어떻게 지웠는지에 대한 솔직한 기록”이라며 호평했습니다. 특히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 “올해 최고의 앙상블 연기 중 하나”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해외 반응도 인상 깊었습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역 정체성이 세계화에 의해 침식되는 과정을 통찰력 있게 그렸다”라고 했고, 미국 〈Variety〉는 “공동체와 수익의 충돌을 사실적으로 담은 아시아 자본주의의 결정판”이라며 극찬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 상영 당시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반응했고, GV에서는 “이건 내 이야기 같다”는 관객 반응이 다수 나왔습니다. 물론 일부에서는 악역이 지나치게 단선적이며, 결말이 감성적으로 흐른다는 평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작품의 몰입감과 정서적 설득력이 그 모든 단점을 뛰어넘는다는 데에 의견이 모였습니다. 무엇보다 ‘소주’라는 친숙한 소재를 통해 한국 사회의 자본, 지역, 사람의 관계를 이야기로 풀어낸 드문 영화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 감상문

“소주가 대한민국 주류 1등인데 망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이 말은 영화 속 단순한 외침이 아니었습니다.

그 안에는 지역이 사라지고, 기억이 무너지는 시대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한 병의 소주가 단지 술이 아니라, 한 도시의 기억, 사람들의 일상, 그리고 지키려는 마음이었음을 보여주는 문장이었습니다.

2025년 현재, 우리는 여전히 지역 가게들이 문을 닫고, 지역 브랜드가 대형 자본에 흡수되어 사라지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프랜차이즈와 온라인 유통이 모든 것을 뒤덮고 있는 세상에서 〈소주전쟁〉은 이렇게 묻습니다. “모든 것이 확장되어야만 하나요? 살아남기 위해 우리의 정체성을 포기해야 하나요?”

내가 자주 가던 동네 떡볶이집도 얼마 전 문을 닫았습니다. 거기서만 먹을 수 있던 맛, 그 가게만의 분위기, 모두 어디에도 남지 않았습니다. 〈소주전쟁〉 속 국보소주처럼, 그것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삶의 일부이자 기억의 조각이었습니다.

영화 말미, 표종록은 조용히 한 마디를 덧붙입니다. “소주가 달다.” 그 짧은 말 속에 모든 감정이 녹아 있었습니다. 싸워왔던 시간, 버텨온 사람들, 잃어버린 것들과 지켜낸 것들이 마치 술 한 모금 안에 전부 담긴 듯, 무거운 여운으로 남습니다.